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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읽게 되었는가?

 

시의적절했다. 이직한 회사의 조직이 개편되면서 갑작스럽게 새로운 동료들을 팀에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운 팀 구성원에는 당장 진행해야하는 업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이러한 인사발령에 대해서 눈물을 흘린 사람도 흥분해서 말을 할 때마다 언성이 높아지는 사람도 있었다.

 

조직 개편이 있을 예정이고 혼란스러운 팀을 운영하게 될 지도 못한다는 불길한 통지를 받은 순간, 커피를 내리러 가는 김에 발길을 돌려 회사 도서관을 찾아갔다. 책장 앞을 이리저리 서성이면서, 나열되어 있는 책의 목록들을 하나씩 훑어 보았다. '데이터', '플랫폼', '쇼핑', '뇌과학'... 여러가지 주제의 제목을 훑었다.

 

평소라면 어떤 조직에서든 나는 썩 나쁘지 않은 팀장이자, 본부장이자, 형이었기에 조직에 관한 책은 쉽게 지나치는 편이다. 이 날은 달랐다. 조직 개편과 동시에 나조차도 잘 파악되지 않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16명의 구성원들과 의사소통할 생각에 두통이 날 것 같았다. 머릿 속에는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과 함께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들만 뒤죽박죽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 뿐만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떻게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 지가 고민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좋은 팀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와 좋은 팀으로 발전시키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 마다 R&R을 보다 세밀하고 명확하게 하자.. 아니지? 업무별로 작은 그룹을 결성해서 스스로 해결할 과제들을 찾도록 하고 내가 점검하면서 진행하자.. 아니야. 평소처럼 내가 사람들의 업무를 하나 하나씩 피드백하며 관계를 쌓아가며 업무를 진행할까?" 

 

노란색 표지의 태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굳이 대여해서 읽을 목적이 없이 집어 든 책이다. 정말 제목과 노란 표지에 끌려서 목차만 훑어보며 큰직한 아이디어만 얻기 위해서 잠시 책을 열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책을 든 채로 첫 번째 챕터를 읽으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시의적절했다. 그래서 독후감의 어조로 글을 작성해본다. 

 

 

 

 

팀워크는 어디에서 올까?

 

이 책은 세상의 조직들에는 수많은 팀이 있지만, 왜 어떤 팀들이 부분의 합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구글, 픽사, 네이비실, 전설적인 도둑단 등의 사례를 통해서 각 분야의 1등 팀 이야기를 취재한 책이다. 조직에 관한 책과 팀을 '경영'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은 상당히 많다. 큰 방향을 설정하고 팀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해 문화를 조성하는 전략을 그리기 보다는, 하나씩 문제점을 개선하는 전술적인 제안을 하는 책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문화를 구성하는 힘이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유기적인 조직이라면 문화를 어떻게 길러내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팀이 속한 상위 조직의 문화가 우리를 압살할 지라도 팀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중요하다. 어떻게 서로 대화를 할 지, 어떻게 서로를 포용할 지, 혹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정보는 어떻게 공유할 지 등 업무 외에 이 모든 점들이 팀의 성과달성에 도달하는 여정을 결정한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은 단 팀의 문화를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는 것이다.

 

  • 안전함(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라

  • 취약성을 드러내라

  • 공동의 이정표를 설정해라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하라

 

업무를 집행하면서 많은 회의를 한다. 어떤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 하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경험과 근거에 의해서 의견을 낸다. 강하게 표출하기도 하고, 약하게 표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긴장감도 조성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원칙 '안점함을 느낄 수 있게 하라'는 팀원들의 총명함 보다는 팀원들이 느끼는 안전함이라는 환경이 팀의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내용이다. 이는 소속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냥 팀이 아니라 서로가 이어져 있으며, 팀이 너의 성장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곳이다라는 소속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너선에게 강력한 리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너선은 강력한 리더라면 으레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동을 전혀 보여주 지 않고도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자신이 책임을 떠맡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시키지도 않았다. 심지어 전략을 세우거나 동기를 불어넣거나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대신 직접 나서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서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누구나 느끼는 환경을 조성했다. 조너선의 집단은 그들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출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팀장들을 둘러보면 본인이 동료들 보다 뛰어나 이 팀을 이끌고 있으며, 성과를 위해서 팀원들을 끌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외부에서 보았을 때, 그는 특별히 동료들보다 뛰어나다거나, 그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특별한 인사이트를 가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통한 방향성 설정이나 최종 결과물 도출에 있어서 동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즉, 경청하지 않는 것이다.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럴 때 팀원이 혹 본인의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면 팀장과의 마찰을 겪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감정이 상한 팀장은 그 팀원에게 다양한 형태의 불편한 감정과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너무나도 자주 발생하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팀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어도 나는 안전하다'라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언행이나 부정적인 반응 등을 보이는 흐름을 차단하여, 문화자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복돋우는게 팀장의 역할인 것이다. 의견을 존중한 만큼 적합한 피드백을 주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감사함을 표시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신경 써주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를 꾸준히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바꾼 행동

부정적 뉘앙스 끊어내기 - 팀 회의에서 큰 프로젝트를 논의하며, 누군가 어떤 점이 안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보이는 태도(한숨, 다른 곳 보기, 고개 숙이기 등)를 보이는 경우,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주기 위해 웃으면서 목소리를 더 밝게 하였다.

피드백과 감사 표시하기 - 매일 팀원의 퇴근 전 받는 퇴근보고나 리포트에 팀원들이 적는 어려운 점에 대해서 언제까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매일 밤에 팀 슬랙에 공지하기 시작했다(덕분에 퇴근시간이 늘 늦어지기 시작했다). 윗선으로 올라가는 모든 보고서에 기록된 인사이트 마다 정확히 누가 도출한 인사이트를 명기하기 시작했다.

팀원의 성장 지원하기 - 내가 당장 연봉을 올려줄 수는 없지만, 당신이 업무를 하는 동안 최소한 한 가지 이상 그 업무에서 얻어가는 것이 내 KPI 중 하나이다. 그러니 막히는 부분은 언제든지 편하게 말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취약성을 드러내라

 

팀장으로서 나는 이 일을 잘 몰라라거나 내가 이 일을 망쳤다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팀장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사실 본인의 취약함을 주변인들에게 드러내는 일은 때에 따라서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취약한 면에 없는 완벽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해본다. 드러내지 않거나, 드러나고 있어도 담담한 척하거나, 혹은 자신이 잘하는 면만을 부각시키고 과시하려는 사람 아닐까? 여러 조직에서 일을 해보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먼저 약점을 드러내라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완전한 부분은 숨기고 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절대 구성원들의 화합을 불러올 수 없다. 당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자.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는 장면을 보여주고, 단순한 말로 상대방이 들어올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제시한 어떤 의견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죠?˝ <출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아무리 잘나도 그 누가 커다란 프로젝트를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까? 팀장이라는 자리와 상관 없이 나는 취약성을 드러내기로 했다. "오프라인 조사에서 이 부분은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에요. ㅇㅇ씨가 이전에 경험이 있으니, 주도를 해주면 좋겠어요. 이 부분을 스스로 기획부터 운영까지 한다고 생각하고 동료들에게 줄 가이드라인까지 한번 짜보세요." 라는 도움을 요청했다. 이 동료는 최선을 다해서 기획안을 만들어왔고, 최종적으로 우리의 결과는 KPI만큼은 달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경험이 부족했고, 미리 인지를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다음 조사는 이번 보다 더 잘해보겠다.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고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보냈다.

 

신기한 것은 위의 사례 뿐만 아니라, 사소한 수집부터 회의의 진행에서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미리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들의 참여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취약성을 드러내는 행동이 신뢰를 높이고 협동을 형성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렇게 서로를 돕고 의견을 내는 분위기가 한번 형성되고 나니, 서로가 서로의 업무를 돕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고 있다. 

 

취약성을 수립하는 데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말하는가 가 아닌,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에 달러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주도로 방안을 제시하고 뭔가를 제안하는 쉬운 기회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공동의 이정표를 설정하라

 

마지막 키워드인 공동의 이정표를 설정하는 부분은 아직도 고민중이다. 이는 방향성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내용이다. 팀원이 모두 하나를 보며 달려갈 수 있는 공동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은 내가 일하는 조직처럼 빠르게 목표가 바뀌는 상황에선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기적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공동으로 최종적으로 이루어내야 하는 합의된 이정표를 설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요즘 최대의 고민이다. 

 

 

전반적 평

 

나는 '엘리트 몇 명이 유능한 팀을 만들어낸다'는 속설을 믿지 않는다. 학력이나 경력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모습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사람들이 일을 할 때 어떤 표정과 말투로 일을 할 때 그 조직의 성과가 좋아지는지. 다만 시간과 인력에 쫓겨 늘 그런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낼까를 고민하지 못하고 일에 매몰되다 보니 팀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결국 매일 같이 어떤 조직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우리 하나하나가 나 자신의 성장과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고민해야할 문화적 기준을 제시한 책이다. 1+1 = 2이지만, 사람만큼은 1+1이 반드시 2가되지 않는다. 둘 혹은 셋 이상이 합의한 문화에 따라 3이 될수도 있고 1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 한 줄로 평가를 해보라고 한다면 결국 '협동하는 팀 문화 만들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급하게 마무리 짓기는 하지만, 조직보다는 작은 단위의 팀 문화를 어떻게 협력적으로 구축할까를 고민하는 팀 리더라면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국내도서

저자 : 대니얼 코일(Daniel Coyle) / 박지훈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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