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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이 책을 읽던 출근길을 묘사하자면, 내가 걷고자 하는 (직업적 이외의) 삶을 먼저 걸어간 마음 따뜻한 선배와 매일 아침 주식시장, 가족, 내 삶, 직장, 인간관계, 책, 영화 등에 관해 논하고 조언을 듣는 조찬을 가진 기분이었다. 김동조라는 작가는 우연히 트위터에서 알게되었다. 맞팔은 아니고 짝사랑하듯이 그의 트윗을 구독하여 자주 훔쳐보고 있는 정도였다. 때로는 저 사람은 무엇인데 저렇게 강한 느낌으로 정책을 평가할까 싶기도 했지만, 140자라는 짧은 트윗의 대부분에 공감을 했었다. 사실 이렇게 책을 쓰시는 분이라는 것은 이 책이 출간되면서 메인 트윗을 통해 홍보를 하셨기 때문이었다. 3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김동조님은 약 20년 경력의 트레이더이더라고 한다. 매일 주식이나 채권·파생상품 등을 사고팔면서 시장의 파고를 겪어온 사람이다. 이 책을 처음 펼칠 때에는 무언가 투자에 대한 실용적인 도움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한켠에 있었으나 사실 그런 내용을 책에서는 건질 수 없었다. 투자 실용서라기 보다는 코로나 사태로 갈팡질팡하는 요즘 시장 가격을 바라보며 함께 흔들리는 내 마음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이 순간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보고, 평가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되짚는 시간이었다.

 

요즘 회사 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얼마나 더 최선을 쏟아부어야 할까? 신사업 팀으로 오면서 론칭을 앞두고 계속되는 야근으로 매일 같이 몸이 힘든 와중에 시간 대비 급여는 얼마인지를 계속 따지게 되고, 팀원들의 감정상태는 어떨까를 살피는 한편 윗사람의 기대치를 고민해야 하다보니 마음이 하루에도 열댓번은 출렁거리는 30대의 중반에 서 있다. 그런데 결국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더라도 나는 팀원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해서 이 신사업이 멋지게 출발할 수 있도록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래야 그 모든 시간이 의미가 있다. 자꾸 힘든 상황과 주변 조건에 결과를 타협하려는 나를 잡아준 이 책의 내용 몇 개를 소개하자면...

 

우리가 목표로 둬야 할 건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기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는 경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그런 아름다운 경기를 할 수 있다.  -p.87
나의 최선이 성공의 커트라인인 절대적 최선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 게 지성의 힘이다. 지성이 없다면, 즉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행복과 성공을 얻기는 어렵다.  -p.103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인간이 된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 잘못된 생각에 빠진다. -p.116

 

워렌버핏을 비롯해서 뛰어난 투자가들의 서적을 보다보면 사실 투자하는 방법이 너무나 단순하여 실망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눈여겨 보아야 하는 것은 원칙과 판단으로 수렴되는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많은 책과 보고서를 읽으며 사색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이 책 전반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김동조님 또한 한 해 100권 이상의 책을 구입하고 읽는 다독가로서 늘 책에 관한 기록과 정리를 습관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도 정책이나 인간관계를 돌이키며 인사이트를 던지는가 하면, 두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삶에서 잊거나 어기게 되는 기본적인 가치와 기준에 대한 고민거리들에 대한 깨달음을 일화로 제시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김동조님의 문체이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 어떤 주제나 이슈를 다루더라도 냉정하거나 오만함을 빼고 담백하게 깨달음을 전달하는 느낌인데, 특히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교육자로서의 아빠, 동등한 존재로서 대화하는 아빠의 느낌이 참 좋다. 운영하고 계신다는 유료블로그가 어떤 글들이 어떻게 올라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것 보다 길고 전문적인 글일 것이다. 그 모든 힘을 뺀 시선임에도 글에 힘과 내공이 느껴진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책이다. 글에 힘이 있다. 일기 같기도 하고 뭔가 에세이 같기도 하고 그런 글이다. 전쟁터 같은 시장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책상에 꽂아두고 한번씩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번 판단과 선택들을 가볍게 짚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마음에 들어서 접어둔 페이지들의 일부를 남긴다.

 

괴롭힘 초기에 의자를 들어 상대의 머리를 치는 아이들은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다 당하다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투쟁을 선택한 아이들은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아주 고단했다. 괴롭히는 놈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기본적으로 약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초기 대응이 전략의 대부분이라는 걸. -p.149
부자들은 펀드를 하지만 펀드해서 부자된 사람은 없다 -p.165
좋은 선택이란 대개 냉정하다 -p.205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 문제는 누구의 말을 듣느냐다. 모두의 말을 듣는 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논쟁과 토론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당신이 논쟁하고 토론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신뢰할 수는 있어도 신용할 수는 없다. 신용할 수 없는 사람과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 있어도, 삶에서 일정 역할을 하는 선수로 기용할 수는 없다. -p.294
상대방에게 정확한 언어(특히 경어)를 사용해주는 것,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건 이 나이에도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대화를 독점하지 않는 것이 점점 어렵다. -p.340
잘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이 실패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잘못에서 성공의 단서를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원칙을 만들어 사수하고, 원칙을 보수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p.375

 

이전에 발간하신 두권의 책을 구매 목록에 올려두었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국내도서
저자 : 김동조
출판 : 아웃사이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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