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빅데이터 활용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 침투해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도 단어 하나 그림 하나가 모두 데이터화 되어 구글의 알고리즘에 걸려 누군가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된다. 빅데이터는 이용자의 어떤 패턴, 즉, 행동 패턴과 검색 패턴으로 남아 이제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타겟팅 된 퍼포먼스 광고를 뿌려대는가 하면, 경영상 판단의 특정 시점, 주식 포트폴리오의 구성 등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만으로 충분할까? 디지털화된 숫자의 연속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아날로그적 인사이트를 이제 논해야하지 않을까?

 

 

브랜딩 권위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2016년 <스몰데이터>를 통해 스몰데이터가 빅데이터가 말하지 못하는 고객행동을 포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책에서의 서브텍스트 리서치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의 행동과 인테리어 소품, 소비 품목 등 마케팅 타겟이 되는 집단의 주변을 구성하는 사물과 문화 등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그 관련 정보들을 모아 분석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 생활양식, 그가 속한 문화, 그리고 이를 넘어선 욕구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스몰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빅데이터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읽다보면 마틴 린드스트롬이 빅데이터에 대해서 실제로 활용해 본 상황에서 이런 개념을 쓴 것일지 의문점이 많이 든다. 그는 어쩌면 정성적인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을 실무에서 적용하는데 도가 튼 사람 정도일뿐 정량적인 빅데이터 연구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의 참맛을 아직은 못 본 것이 아닌가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그의 인사이트들이 실제 연구대상의 근처에서 잘 녹아들어 그들의 삶을 밀착해서 관찰하다가 그 의미를 해석해내는 연구, 그래 하나의 인류학적 연구방식이 마케팅 리서치에 적용된 사례들의 묶음집으로 보였다.

 

그렇다.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회사로 부르거나 전화를 통해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Focus Group Interview와 동일하게 특정 대상으로부터 특성과 그들이 모르는 어떠한 욕구를 잡아내기 위한 방식의 하나인 것이다. 다만 그 대상에 대한 밀착도, 관심도, 관찰의 깊이, 관찰의 방법이 다를 뿐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마케팅 기획서를 쓰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조사, 하지만 여건상 그만큼 가까이서 밀착하며 사사건건 볼 수 없었던 그 조사를 수행한 것이 저자이며, 거기에서 정보를 뽑아낸 것이 스몰데이터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예시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사례가 많지만, 간혹 저자가 특정한 단서들에 대해서 본인이 가진 직감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중간과정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활용해 볼 방법론도 제대로 건지기 힘들었다. (마지막 챕터에 조금 나오지만... 너무나 허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지점들을 소개하자면, 그가 전 세계 각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알게된 특정 문화들에 대한 해석들을 소개하는 지점이다. 일부만 소개하자면,

  • 현지 팀은 현지문화에 대해서 뭔가를 놓칠 수 있다
  • 서양에서는 후추통 구멍이 하나지만, 아시아는 구멍이 세 개이다 
  • 젊은 세대의 새끼손가락이 휘는 것은 스마트폰을 받치면서 생긴 것이다
  • 스마트폰으로 인해 레스토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 미국에서는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인사하는 것이 예의이고, 유럽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물론 나도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소리가 질린다. 연구원 생활을 할 때 그놈의 데이터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고, 각종 기업과 기관에서 나오는 오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기회가 많았다. 누군가는 빅데이터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인사이트를 보며 빅데이터 만능주의를 외치지만, 정량과 정성적 연구를 모두 접해본 나로서는 그 둘의 조합이 가져다 주는 해석과 인사이트가 늘 가장 흥미로웠다. 예로, 인도네시아에서 특정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했을 때, 공무원에게서 받은 데이터들로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뽑아냈었지만 현지 상황상 말도 안되는 대안이었다. 그 후 찾아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찾아낸 지역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삶과을 관찰하는 기회가 있었고, 이후 현지인 협의체 및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눈 후 도출한 저렴하면서도 너무나도 간단한 대안이 오히려 먹혔던 적도 있었다.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냐고 물어본다면, 사람을 만나서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마케터나 인류학 전공자가 마케팅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들이 언젠가 가장 멋진 마케터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이 저자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친구들에게는 빅데이터를 다룬 사례를 먼저 더 많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스몰데이터
국내도서
저자 : 마틴 린드스트롬 / 최원식역
출판 : 로드북(Roadbook) 2017.07.19
상세보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