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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면서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란 '자신이 책임을 안고 현실(문제)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진 용어이다. 케임브리지 사전에서는 '어떤 일, 특히 경제적인 영역에 직접 관여하여 그 영향을 받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정의내리고 있다.

 

블랙스완, 행운에 속지 마라, 안티프래질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의 <인세르토> 시리즈의 마지막인 스킨 인 더 게임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읽었다. 초반에 너무나 재미있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나심 탈레브가 화를 억누르지 못했는지 약간 구구절절하고 갸우뚱한 예시들을 상당히 많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점은 그의 전작들처럼 초반에 제시되는 핵심적인 논제들 이후로는 혼자서 투덜대는 느낌이 강해서 손이 오랜시간 가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중에 접을까 하다가도 한번씩 나오는 인사이트들 때문에 놓지를 못하다가 어제서야 혼란 속에 이 책을 마무리 했다. 

 

 

스킨 인 더 게임은 '지식', 정의, 책임, 공정성, 상호성 등에 관한 '균형'의 문제, 거래에서의 '정보공유', 복잡계와 현실 세계의 '합리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서론에서 그가 직접 밝히듯이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누구라도 현실(문제)에 참여할 때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라는 주제이다. 

 

우리는 이미 주변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현실문제에 의견을 보태고, 그에 대한 의사결정까지 참여하는 언론인, 정치인, 전문가 등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사회에 불평등을 가져오고, 불합리함을 야기하는지를 많이 목격하고 있다. 나심 탈레브는 이러한 앞으로 미래에 또다른 블랙 스완으로 다가올지 모를 이러한 사회 내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을 이 책의 주제로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머릿속에 스쳤던 지식인, 전문가, 정치인, 방송인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함께 일하며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일부는 멀리서 미디어를 통해서 꾸준히 그들의 선택과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타인의 삶에 이처럼 중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부류의 사람들은 특히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행동과 책임의 균형'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신문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부동산 정책과 실업률, 자녀의 교육 문제, 부정 입학 등 각종 사회 문제들을 보면서 나심 탈레브의 스킨 인 더 게임이 지속적으로 생각났다.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걸었을까? 그리고 그 정책의 결과가 그들의 삶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까? 이 관점으로 사회문제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수많은 박탈감과 동시에 앞으로 다시금 다가올 사회적 갈등의 문제가 눈에 들어와 걱정이 앞선다. 

 

오랜기간 경제tv 프로그램에서 나와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분석하던 사람들은 왜 큰 부자가 아닌 것일까? 그들은 전화연결된 시청자의 종목을 실시간으로 차트를 보며 가격 분석을 한다. 본인이 알고 있는 이슈들을 나열하며 어떤 가격선을 제시하고, 오면 팔고 아니면 지속적으로 홀딩하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 놓는다. 그들은 비겁하다. 자신이 남들에게 즉석에서 너무나 쉽게 내뱉는 논리를 들고 주식시장과 맞서지 않는다. 그들의 수익은 궤변에 대한 수수료일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신료를 받고 광고료를 받으며 플랫폼을 만들어준 경제tv 채널은 어떤 책임을 안고 가는가.

 

정치인들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자녀들이 해외국적인 정치인들이 재외국민의 건강보험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거나,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을 보내면서 우리나라 입시문제나 교육 정책에 관해 장미빛을 제시하는 등의 문제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 너무나도 많이 봐온 사례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정책의 결과가 나라의 미래나 그 교육과정 속에서 성장한 국민 개개인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그들의 자녀나 그들의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 인사 청탁을 하면서 청년 실업률을 떠들어대는 거짓말쟁이는 누구인가.

 

원자력 발전소는 어떠한가? 우리는 경제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눈앞에 놓인 도시인과 기업의 경기를 걱정하지만, 사실 그들의 집 혹은 그들의 부모집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그들은 어떤 경기를 일으킬가? 내가 그렇게 현 정부를 크게 지지하지는 않지만, 탈원전 정책만큼은 지지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그간 희생을 강요 당해왔던 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그 혜택은 다 보면서도 자신들이 가져왔던 경제성의 논리만으로 오히려 더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이 선택하는 자와 책임을 받는자의 불평등이 너무나 불편하다. 

 

결국에는 이 책은 말과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이 그 영향력의 최전선에 서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결론은 책임감 있는 자들이 사회에서 더 행동하고 리스크를 수용하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내 주변에 있는 가짜 지식인이 누군가를 생각했다. 이들의 논의와 논문, 글, 정책에서 어떤 것들이 그들의 삶과 괴리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곧 선거가 다가온다. 현 정권을 포함한 99.99%가 이 책에서 말하는 간섭주의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책에 관하여

 

첫째 키워드인 '지식'은 가짜 지식인들이 쏟아 내는 헛소리에 관한 논의이다. 연구실 이론과 현실 문제 사이의 괴리, 복잡하기만 한 가짜 지식과 현실적인 지식 사이의 괴리, 학자들이 인지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과의 괴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구원 출신인 나는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당히 움찔거리기도 했고, 많은 교수들과 박사들의 얼굴과 연구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었다. 실제로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면서 경제성을 분석하던 박사, 실제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모르면서 당위성을 떠들어대던 교수, 통계적 조작을 통해서 만들어낸 결과를 발표하며 불안해하지만, 비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조작 결과를 스스로 다시 믿고 있던 박사 등 너무나 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둘째 키워드인 '균형'이 깨지는 문제와 상호성에 관한 논의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보상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받아들여야한다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째 키워드의 가짜 지식인들에서 파생될 수밖에 없는 주제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상대방이 그 제안에 따른 행동을 위한다면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달콤한 보상은 취하려 하되, 조언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를 찾아 타인에게 전가하려 하는 모습을 주로 볼 수 있다. 함께 일하고 지시까지 받았지만 일이 잘되면 공은 자신이 가져가고, 문제가 발생할 때 밑의 부하직원의 행동을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던 어떤 본부장의 모습이 생각났다. 뭐 그 뿐이겠는가 최근의 많은 공직자, 정치인, 연예인 등의 모습에서 책임에 대한 균형이 깨지는 모습은 숱하게 목격된다.

 

 

셋째 키워드인 '정보공유'는 거래에서 상대방과 공유의 범위에 관한 논의이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들의 발달로 정보의 비대칭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이 가지고 오는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를 논의한다.

 

마지막 키워드인 '합리성'에 관한 키워드는 합리성과 시간에 따른 그 검증에 관한 이야기다. 결국은 합리적인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결국에는 파멸을 일으킬 테일 리스크라면 철저히 회피하되, 커다란 이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일반적인 리스크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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