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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블링크', '다윗과 골리앗'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때로는 우리의 삶 주변에 혹은 조금은 떨어진 사회 현상에 대한 재미난 해석을 해주는 이야기꾼인 말콤 글래드웰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사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예약구매를 해놓았지만 회사가 최근 바쁘게 돌아가고, 밤마다 번역 부업을 하느라 한 달이 훌쩍 지난 오늘에야 책을 덮었다. '타인의 해석'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언제나 그렇듯 다른 말콤 글래드웰의 책처럼 재미난 사례를 독자들에게 던지며, 그 사례를 분석하고 뒷받침 하기 위해 철저하게 조사한 사회 과학적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놀랍게 재미난 스토리텔링을 풀어가는 그런 즐거운 읽을 거리이다.

 

한국판 제목은 '타인의 해석'이 되었지만 원제는 Talking to Strangers, 즉 '타인에게 말걸기'이다. 나는 이런 제목에 대한 해석과 표지에 짧게 표시된 문구들을 상당히 눈여겨 보는 편인데, 책을 마무리 하면서 이번 번역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 중간 중간 한국어로 말이 안되어 아주 어색한, 그러면서도 충분히 원래 영단어가 어떤 단어였을지 유차가되는 오역이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전체적인 흐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나도 1년에 1~2번 정도는 공식 출판되는 번역에 참여를 하고 있어 알지만, 이런 번역은 결코 사람이 번역을 했을 때 나올 수 없는 문제라 번역가의 이력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잘 나가는 사람이던데... 뭘까? 아쉽네.

 

 

 

 

 

책 내용 요약

'타인의 해석'이라고 붙은 제목 때문에 이 책의 첫인상은 '심리학' 혹은 '철학'이 되어버렸다. 철학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당연히 어떠한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책의 시작은 2015년에 텍사스에서 샌드라 블랜드와 경찰관 엔시니아 사이에서 발생한 '샌드라 블랜드 사건'으로 시작된다. 출신도 성별도 인종 직업도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인해 일로 샌드라 블랜드는 4일 후 유치장에서 자살을 한다. 글래드웰은 이 둘은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었으며, 사람의 행동에 접근하는 방법과 그 사회와 상황을 이해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이 책에는 낯선 사람들이 만나서 그들간에 오간 대화와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의 오해로 인해 발생한 재미난 사례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중앙정보국 요원들간의 이중 스파이라거나, 히틀러를 직접 만났음에도 그의 의중을 잘못 간파하여 전쟁이 일어나는 등에 관한 사례를 통해 낯선 이가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제시하며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쉽게 넘어가는 이유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글래드웰은 낯선 이에게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누군가의 인지도나 권위나 상태를 보고 그 사람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관대해지는 행위와 같은 '진실기본값 이론'을 첫 번째 도구로서 제시한다. 어쩌면 저자는 여기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낯선 사람의 가면 뒤에 있는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진실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파괴해야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진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거짓말에 실험과 연구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그 사람의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흔하게 쟤가 이런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가식적이다거나 건방지다는 등의 결론을 내리는 것을 보게 된다. 즉, 내면과 겉으로 드러난 태도가 동일하다는 투명성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 낯선 이들과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투명성 가정의 실패'라는 두번째 도구이다. 

 

마지막 도구가 '결합의 파괴'이다. 역시나 재미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특정 상황이나 해결책 반응이 나오는 것에는 모두 어떤 맥락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런 맥락들의 결합이 파괴가 되었을 때 우리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게되는 오류를 범한다. 그것이 낯선 사람을 이해하는 세 번째 도구인 셈이다.

 

 

 

읽으며

고등학교때 읽었던 비문학 지문이 생각난다. 타인이 느낀 고통에 대해서 내가 공감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동일한 고통이냐 한다면 그것은 동일하지 않고, 내가 나의 경험과 해석에 비추어 만들어낸 고통에 관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참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음에도 현실에서는 그런 철학적 해석은 잊고 살아간다.

 

그 뿐이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은 빠른 속도의 감각을 자아내는 시각과 청각 위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일상에서 업무에서 빠른 속도로 직감에 의해 판단내리고 결정하고 반성도 잊고 살아가도록 환경에 의해 훈련되어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을 만나고 지인을 만난다. 빠르게 판단하며 빠르게 오해하며.

 

늘 우리가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해야할 정도로 피곤하게 살 수는 없지만,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본의 아닌 오해를 피하고 타인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혜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기준들을 제시한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가 타인의 말을 해석하는게 얼마나 서툰지를 스스로 자각하고 인정할 것, 둘째, 낯선 이의 겉모습이나 말, 행동을 그 순간 보고 성급히 결론내리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그 순간 그 장소에서의 대화 내용 보다는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할 것.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변화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갈 지에는 정답이 없다. 끊임없이 상호소통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글래드웰 또한 답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오픈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반성하며

요즘 회사에서 윗 분들 중의 몇 명이 사업을 이끌고 가는 것을 보면서 디테일이 떨어지며 확증편향적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그런데 사실 지난 몇년간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후에 보면 그들 또한 내가 했던 고민이나 걱정하는 내용을 모르지도 생각을 안해보지도 않았음을 나중에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의사결정과 사업을 이끌고 나가는데 집중하는 내용과 의지에 차이가 있었을 뿐. 

 

그들의 말과 행동, 이후의 조치까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겠다. 동행할 사람들을 동행하기 힘든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한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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