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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재 나는 한국전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전력 주가를 보면서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한번 현재의 상황들을 두고 판단해보기로 했다. 그 기준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급속한 확산과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의 흡수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전력시장의 개편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주가만을 두고 기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1.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좌초자산 증가 예상

어제, 즉 2020년 12월 16일 발표된 9차 전력수급계획(안)에서는 8차와는 차이 몇가지 있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서 석탄 발전소 폐지 수를 8차 전력수급계획안 보다 20기가 많아진 30기로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한전이 보유하고 있던 생산력을 가지고 있던 자산이 좌초된다는 의미이다. 10기까지는 그렇다쳐도 2034년까지 30기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이정표를 이미 찍어버리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이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 된다.

 

환경적으로는 너무나도 옳은 선택이고 발 빠르게 잘 대응하는 것이지만, 한전의 가치로만 놓고 본다면 한전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혹자는 연료비 연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정상화되고 라는 말을 하고 환경세, 탄소세 등 환경비용을 반영해서 요금이 오르면 이라고 말을 하지만. 이것은 행복회로에 불과하다.

 

우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은 중앙집중식의 한전 중심의 에너지 헤게모니가 분산형으로 곳곳의 소규모 전력자원들로 분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인 즉슨 한전이 연료비의 이익을 이용해서 규모의 경제로 돈을 벌던 과거의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는 한전 독점의 전력판매 시장이 언제 다양화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태양광 등 작년부터 소규모 단위의 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를 모아서 그 부분을 메우는 제도들의 개편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한전이 독점적인 루트를 유지하더라도, 그 힘 자체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재생가능에너지 100% 조달하는 기업의 RE100 선언 확대

RE100이 요즘 화제이다. SK 6개사, 삼성, LG화학 등 RE100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에너지원의 구성을 재생가능에너지로 100%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였고, 애플의 경우 협력업체들에게 RE100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같은 국가들은 곧 생산에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기업들의 관세를 더 높게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과거 내가 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연구할 때부터 오랜기간 제시되어 왔으나, 이제 현실화되는 시점인 것 같다. 그만큼 기술이 발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들이 재생가능에너지 100%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의 전기를 이용해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한전의 녹색프리미엄제도 등의 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대기업들이 직접 풍력발전소를 짓고 태양광을 지으면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자가 공급을 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주변 일반 태양광발전소 등에서 잉여전력을 장기적으로 구매하여 조달하는 등 3자 PPA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이 논리로 본다면 한전이 석탄발전소를 더 가지고 있든 원자력을 더 가지고 있든 공급하는 양만큼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거 다 손해가 되지 않을까? 전기에 재고가 없다지만 그 말은 그냥 날아간다는 뜻이다. 

 

정리하며..

이전까지는 전력요금은 올라갈 것이다. 환경비용이 반영되면서 정상화될 것이다 등으로 한국전력에 관심을 가져왔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기자동차쪽의 흐름이 빠르듯 전력시장 또한 개편의 논의와 실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의 전기를 한국전력 전기를 사서로만 충전할 것이라는 구시대적 상상력에 메어있으면, 정말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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