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코로나와 비보존, 임상이 미루어진다고? 주주총회 참석해서 뭐라는지 들어봐야하나...

지난 주말 금융예탁원부터 여기저기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편지가 우체통에 밀려들었다. 10통 정도 왔나? 모두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서로 주주총회 참석에 관한 건이었다. 아 벌써 3월 말이 다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아무리 시국이 안좋아도 주주총회를 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 성이 난 주주들을 맞이할 주담과 기업 대표들의 간담도 서늘해질 것 같다.

비보존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서

주가 폭락은 K-OTC 시장도 비켜나가지 못했다. 이미 주주인 비보존부터 아리바이오, 와이디생명과학 등 대부분의 주식이 오랜기간을 버텨 이루어낸 상승폭을 반납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루미마이크(루미마이크로의 비보존 지분 100억원 인수. 투자목적이라면 긍정?)로부터 이전의 수많은 건들에 대해 사측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비보존의 주주총회를 기다리고, 아니 벼르고 별렀다고 생각한다. 3월 13일 비보존의 홈페이지에도 주주총회소집에 관한 공지글이 올라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단계가 2월 24일부로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코로나19의 추가 확산 및 감염예방을 위해, 주주총회에 참석하시는 주주분들은 반드시 마스크 착용하시고 기침예절 등 공중위생수칙을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당사 주주총회 운영규정 제12조 및 제16조에 의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주주분들은 회의장 입장이 불가하오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제 12 기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서

주주님의 건승과 댁내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당사는 상법 제363조 및 정관 제24조에 의거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아래와 같이 개최하오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일 시 : 2020년 3월 30일(월요일) 오전 10시
2. 장 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무로 153번길 79, 한화리조트 용인베잔송 B1 아르모니홀
3. 회의목적사항
 가. 부의안건
  제1호 의안 : 제 12 기(2019.01.01 ~ 2019.12.31)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2호 의안 :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제3호 의안 : 이사 선임의 건
   – 제3-1호 의안 : 사내이사 1명 선임의 건
   – 제3-2호 의안 :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
  제4호 의안 : 감사 선임의 건
  제5호 의안 :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제6호 의안 :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제7호 의안 :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 
 나. 보고사항 : 감사보고, 외부감사인 선임보고, 내부회계관리 실태보고 및 영업보고
4. 주주총회 참석 시 준비물
   – 직접행사 : 주주총회참석장, 신분증(본인)
   – 대리행사 : 주주총회참석장, 위임장(주주와 대리인의 인적사항 기재, 인감날인), 인감증명서, 대리인 신분증

2020년 3월 13일
주식회사 비보존
대표이사 이두현 (직인생략)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의안은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포 승인의 건과 제2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볼만 할 것 같다. 나머지 이사 선임건, 감사 선임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건,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관한 것은 뭐 그냥 지나갈 것 같다. 또한 보고사항에서 감사보고와 영업보고 등이 관심 뉴스거리이긴 하다.

 

그러던 와중에 3월 20일 이 코로나 시국에 약한 비보가 들려왔다. 코로나로 인한 비보존 임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상세히 읽어봤다.

비보존 주주 여러분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많이 힘들고 지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비보존이 현재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 3상, 특히 엄지건막류 임상 3상 시험의 진행과 관련하여 많은 궁금증과 우려도 있으실 것입니다.

현재 미국 내 전반적인 상황이 임상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래서 이미 환자모집이 시작된 많은 임상시험들이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결국 진행 중이던 많은 임상들의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고, 비용 증가는 물론 임상시험 데이터의 퀄리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다행스럽게도 비보존의 엄지건막류 임상 3상 시험은 환자 모집 전이고, 지난 월요일에 임상 CRO와 킥오프 미팅을 하였습니다. 킥오프 미팅은 임상 CRO가 임상시험의 준비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미팅으로서 보통 4개월여의 준비기간 후에 첫번째 환자가 등록이 됩니다. 하지만 엄지건막류 3상은 작년에 동일한 디자인으로 2b상 시험이 진행됐었고, 임상시험기관들도 이미 섭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5월 15일에 첫 환자를 등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말부터 미국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임상 CRO에 일단 더 이상의 진행을 보류하고 기다려 보자는 요청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임상시험 준비가 시작되면 중간에 중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을 했는데 환자 모집이 잘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임상시험이 지연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비보존이 감당해야 하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임상시험 데이터의 퀄리티도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몇 일전, 트럼프 행정부는 필수적이고 위급하지 않은 수술은 하지 말 것을 요청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미국 임상팀과 저는 2개월 내에 이 상황이 진정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신중히 검토해왔으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향후 최소 2주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앞으로 2주 안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가까운 시일 내 진정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보이면 바로 임상시험 진행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지금 전세계가 다각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비보존 또한 의사결정 하나 하나에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으로 모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었을 때를 가정한 전략도 수립 중입니다. 이렇게 비보존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니 여러분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히 견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힘든 시기에도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의 목소리 감사히 마음 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노력 멈추지 않겠습니다.

대표이사 이두현 배상

정리해보자면...

1.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임상의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2. 비용증가와 퀄리티 장담을 하기도 힘들어졌다.

3. 엄지건막류 3상도 CRO에 진행 보류를 요청한 상태이다.

4. 2주간 즉, 4월 첫째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

5. 장기화되었을 때 전략 수립중이다. 견뎌달라.

 

어느 회사 어느 기업하나 이 상황에서 확실하겠냐만은 정말 나는 이두현 대표의 글들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선 글에서 두괄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좋은 이야기를 하면 늘 곧 큰 뒤통수를 맞아서 어떤 글이든 의심의 눈으로 읽게 된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겠다. 아직도 생각나는 이순신 장군과 작년 크리스마스의 악몽... 

 

2만원 밑으로 내려온 지금 시점의 비보존 주가에 월급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배팅하고 있다. 투자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원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회사의 제품. 그래 이번 투자의 결과의 끝에서 나는 이 긴 여정을 어떻게 기록할까 기대가 된다. 주주총회 때 화난 눈으로 참석을 고려중이다.

 

그나저나 넷플릭스 죽음의 진통제 얼른 봐야하는데 시간이 안나네.